요리 영화 하면 진지한 미식물이 먼저 떠오르는데, 이건 그 반대예요. 주성치가 요리로 사람을 놀리다가 나중엔 진심으로 감동까지 주는, 좀 이상한 조합의 영화거든요. 1996년 작 식신(食神 / The God of Cookery)인데, 주성치 코미디를 좋아한다면 안 볼 이유가 없는 작품이라는 얘기가 많길래 챙겨 봤어요.
🎬 식신 (食神 / The God of Cookery)
개봉 · 1996년 (홍콩)
감독 · 주성치, 이력지
주연 · 주성치, 막문위, 오맹달
장르 · 코미디, 요리 / 비고 · 주성치가 제작·각본·주연 모두 맡음
식신의 자리에서 바닥까지 떨어지다
주인공 성자(주성치)는 홍콩 요리업계에서 '식신', 그러니까 요리의 신이라 불리는 사람이에요. 요리 실력보다 방송 쇼맨십과 사업 수완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죠.
그런데 이 사람 성격이 영 별로예요. 잘난 척에 갑질까지 하다가 결국 파트너한테 뒤통수를 맞고, 식신 자리에서 완전히 추락해요. 이야기의 진짜 시작은 여기부터예요. 밑바닥까지 떨어진 성자가 다시 올라오는 과정이거든요.
그 유명한 '오줌 소고기 완자' 장면
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하나같이 기억하는 게 후반부에 등장하는 소고기 완자예요. 이름부터가 좀 심한데, 극 중에서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알게 돼요. 대놓고 유치한데 그게 또 웃겨요.
저는 이 장면이 단순한 개그로 끝나지 않는 게 좋았어요. 성자가 밑바닥에서 배운 진심 같은 게 그 우스꽝스러운 요리 안에 들어가 있거든요. 웃기면서도 묘하게 뭉클해지는, 주성치 특유의 그 지점이 딱 살아 있는 대목이에요.
유치한데 왜 자꾸 생각날까
식신의 매력은 요리 대결을 빙자한 온갖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이에요. 진지하게 요리 심사를 하다가 갑자기 무협이 되고, 신파가 됐다가 다시 개그로 돌아오는 리듬이 정신없는데 그게 이 영화의 정체성이죠.
막문위가 연기한, 외모로 놀림받는 여성 캐릭터도 인상적이었어요. 웃음의 소재로만 쓰이나 싶다가 후반엔 이야기의 중심에 서거든요. 주성치 영화가 그냥 웃기고 마는 게 아니라 은근히 따뜻한 이유가 이런 캐릭터들 덕분인 것 같아요.
짧게 추리면
식신은 요리 영화의 탈을 쓴 주성치식 코미디예요. 오만했던 요리사가 바닥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오는 이야기고, 그 중심에 그 유명한 소고기 완자 장면이 있어요. 유치한 개그와 예상 밖의 뭉클함이 섞여 있다는 게 이 영화의 진짜 맛이에요.
주성치 코미디를 좋아하거나, 90년대 홍콩 영화 특유의 그 정신없는 활기가 그리운 사람이라면 부담 없이 볼 만해요. 대단한 미식 영화를 기대하면 방향이 다르지만, 웃다가 마지막에 살짝 마음이 데워지는 경험을 원한다면 이만한 게 없더라고요. 저는 이 영화 보고 나서 한동안 소고기 완자 얘기만 했어요.